본문 바로가기

あまく危險 な香り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김광현 감수
이규원 옮김
안그라픽스




... 주거란 무엇인가 하는 사상의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제한된 대지이기 때문에 냉혹함과 따뜻함을 두루 가진 자연의 변화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시하고 무난한 편리함을 희생시켰다.
   극소라는 말로 표현해야 마땅한 대지에서 자연과 공생하려는 것은 분명 무리한 발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그 넓지도 않은 집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정은 얼마나 낭비적인 공간인가. 하지만 나는 어릴 적 살던 집을 떠올리면서 이 중정이라는 자연적 공백이야말로 좁은 집안에 무한한 소우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동시에 중정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그 냉혹함까지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의 멋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함이 인간에게는 존재한다고, 적어도 원래부터 그곳에서 살아온 건축주 아즈마 부부라면 이 집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p.88



유럽의 이른바 역사도시가 근대화의 파도에 쓸려가지 않고 옛 시가지와 건축물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 도시화의 배후에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이념이 있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일본의 도시는 서구 도시를 모델로 삼아 근대화를 거쳤지만, 수입된 것은 어디까지나 도시 계획의 기법뿐이고 정작 중여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이념은 등한시해 왔다.  그런 상태로 전후 고도경제성장 시대를 맞이하자 경제 논리만을 잣대로 건설과 파괴가 거듭되었고, 그 결과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혼돈'의 도시가 생겨나고 말았다.  p.122-123



... 어느 프로젝트에서나 가장 힘들었던 점은 건축의 형상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절충하는 긴 시간이었다.   p.233



   자유롭고 공평한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개인의 자아를 넘어선 공공 정신이다. 하지만 그런 정신 아래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실감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 참된 의미에서 '퍼블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은 국가나 공공이 아니다. 뭇 사람들의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문화를 창조하고 키워 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개인의 강력하고 격렬한 열정이다. 그들의 열정에 부응할 수 있는 '생명'이 깃든 건물을 나는 짓고 싶다.    p.254



전통이란 눈에 보이는 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꼴을 지탱하는 정신이다. 나는 그 정신을 건져 올려 현대에 살리는 것이 참된 의미의 전통 계송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건축을 하고 있다.   P.376



책의 내용도 훌륭했지만, 번역도 참 좋다고 느꼈다.
기하학적인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차가우리 만치 매끈한 선과 면을 갖고 있지만, 자연에 맞서 위풍을 떨치려는 도도함이 없어 좋다.
나무를, 바람을, 물과 빛을,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 안에 더없이 따뜻하게 품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