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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まく危險 な香り

황병승_미러볼-다자이 칙쇼(1998)

 

 

 

 

미러볼 - 다자이 칙쇼(1998)

_황병승



다자이는 미러볼을 생각했다 국수를 먹으며
작은 거울 조각에서 반사되는 빛이 어두는 실내를 천천히 회전하는 모습……
국숫집의 주인 여자가 분주하게 테이블을 밀었다 뺐다 하며 청소를 하고 있다
흰 먼지들이 날아오르는 게 거슬렸지만,
'이봐, 나 다자이 지금 식사를 하는 중이고
청소 따위는 내가 국수를 모두 먹고 난 뒤에 하면 어떻겠는가'
주인 여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다자이는 계속해서
회전하는 은빛의 미러볼
미러볼을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테이블 밑으로 대걸레가 쓰윽 지나가고,
이런 제길! 젓가락을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다자이는 미러볼 세트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미러볼을 사자

미러볼을 돌리고 어두운 방에 누워
작은 거울 조각이 반사하는 빛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어야지
검은 두더지처럼 꿈틀거리며
나 다자이를 돌이켜 보아야지

   나는 어떤 조합이나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을 독촉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가정을 필요로 하지도 보험에 들지도 않았고 기부금을 낸 적도 자원 봉사를 생각해본 적도 없다 식물이나 애완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옷을 자주 갈아입지도 선거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기념일을 싫어하고 사람을 깊이 사귀지 않으며 연설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고 대중목욕탕과 어린이를 혐오한다 당분간,이란 말을 들으면 도망치고 싶고 왕국이란 말에는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나는 사랑을 믿지 않으며 섹스를 좋아하지만 섹스가 끝난 후에는 남자든 여자든 사라져주었으면 좋겠고 친구 혹은 우정이란 말처럼 불순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부모나 형제 자매 친척 중의 누군가를 살해하고 감옥에 가야 하는 것만큼 부당한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새 날아간다'라는 문장을 읽으면 우선 날갯짓의 듣기 싫은 소리와 깃털 속에 들러붙어 있던 온갖 종류의 세균들이 순식간에 대기를 오염시키는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대화, 세상의 부질없는 모든 대화……

미러볼을 사자

미러볼을 돌리고 어두운 방에 누워
작은 거울 조각이 반사하는 빛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어야지 밤새도록
죽은 자들이 흥얼거리도록
내버려두어야지
나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없다네
다만 내가 남긴 먼지와 먼지들
당신들에게 맡긴다……
두더지처럼 꿈틀거리며
떠다니는 먼지들을 바라봐야지

미러볼 미러볼
전쟁이 터져도 미러볼을 사자
옆집에 미사일이 떨어져도 미러볼
전염병이 돌아도 미러볼
엄마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도
고향 땅이 쑥밭이 돼도 미러볼
미러볼이 뭐길래?! 무시하고, 미러볼을 사자
이기적인 개새끼!!, 미러볼 미러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