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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まく危險 な香り

2002.12


작성자 : 문미정 (2002.12.16.16:57:35)




오랜만에 낡은 앨범들을 꺼내 보았다.

그 속엔 우리 집 강아지 해피, 아버지의 오토바이, 어릴 적 동네의 함박눈, 언니에게 물려받았지만 무척이나 아끼던 가디건, 엄마의 멋진 가방, 자연농원, 기흥 수영장, 언니 오빠의 졸업식, 즐거웠던 우리 가족의 여행들, 지금은 너무나 뜨문뜨문 만나는 친구들,이 여전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사진엔 저 만큼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수 많은 기억들이 자근자근 머릿속에 떠올랐다.

해피를 떠 올리면 옆집의 갈색 캐리가 떠오르고,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보니, 그 후 우리 식구들과 함께 했던 자동차들 번호까지 다 기억에 새록새록해지고, 옷장 정리를 할 때 마다 버리기 아까워서 안달을 하게 만들던 옷가지들이며 엄마가 자주 가시던 단골 양장점, 죽을 때까지 그 신발만 신겠다고 혼자 조용히 맹세하게 만들던 구두, 아버지의 그림과 레코드 판들, 내 친구도 아닌 언니 오빠의 친구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생생해져 버.렸.다.

사진을 보니 그렇더란 말이다.

성격상, 어쩌면 사람보다 물질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 나는, 아마도 죽고 나서 위의 것들이 환영으로 나타나 나를 유혹한다면, 분명 또 다시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자궁 냄새를 찾아 환생의 길을 택할지도 모르겠다.

소설 하드보일드 하드럭에서, 죽어가는 언니 쿠니에게 평소 쿠니가 좋아하던 귤이 언니에게 보여준 매직같은 儀式.
언니에게 받은 사랑을 보여준 귤.
꼭 소설속에서가 아니라 나에게도 그런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일.

내가 죽고 났을 때, 내가 좋아하던 그 어떤 것들 중 하나가 날 기억하며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의식을 보여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그러나, 죽음은 역시 슬픈 것인가.